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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역량증강의
새로운 패러다임

글: 김준연 SW정책연구소 박사(기술경제)

2022년 11월 OpenAI가 선보인 챗GPT는 단 2개월 만에 1억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그야말로 전세계를 생성형 AI의 생태계로 밀어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생성형 AI시대에 우리는 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가?

생성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미치는 영향 달라

통상 기술의 진보가 발생하면 노동 생산성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노동 수요의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된다. 비록 현대 산업경제에서 노동 혹은 업무의 종류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과 노동 수요간의 선순환이 모든 노동과 직무군에 균질하게 발현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술진보가 총론적으로 노동수요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기술의 등장은 기술진보가 반드시 노동수요 증가의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거나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사회적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utor(2010)는 로봇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하면서, 로봇과 자동화로 인해 미국에서 지난 15년간 임금 상승이 정체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었다고 주장했으며, Cowen(2013)은 로봇과 컴퓨터 기술이 급격히 진보함에 따라 미국 인구는 상위 10%와 나머지 90%로 양분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10%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지만, 나머지 90%는 임금이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한편 Frey and Osborne(2013)는 미래에 로봇과 AI시스템이 대체할 확률이 높은 직업들을 분석했는데, 전체 직업의 47% 가량이 로봇과 AI에게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Brynjolfsson and McAfee(2014)는 기술혁신으로 인해 숙련편향적 기술변화와 자본편향적 기술변화, 그리고 재능편향적 기술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로봇과 차별화되는 AI의 영향에 대해서 주목한 Webb, M. (2019)의 연구에서는 저숙련 직종은 로봇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중숙련 직종은 소프트웨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반면, 고숙련 직종은 인공지능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점을 발견했고, 특히 AI가 다른 기술보다 고학력자와 노년층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2023.11)에서 발표한 AI의 영향에 대한 결론이나 최근 등장한 GPT에 대한 Tyna Eloundou ey al(2023)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 결과이다. 즉,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의 도입으로 고숙련, 고소득 일자리가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도입한 실험도 진행되었는데, 대표적으로 Brynjolfsson, E., Li, D., & Raymond, L. R. (2023)의 연구에서는 5,179명의 고객 지원 상담원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생성형 AI가 평균 14%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숙련된 작업자보다 특히 초보자 및 저숙련 작업자에게 더 높은 생산성 향상(35%)을 가져온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이러한 결과는 생성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작업자 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이질적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결과로서 Broecke, S. et al.(2023)등이 최근 수행한 OECD AI 조사에 의하면 생성형 AI는 개인의 업무 성과 및 근로 조건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생성형 AI가 개인의 단순한 업무나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해 줌으로써 개별 근로자의 성과 제고에 기여하고 있으며,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노동자들은 복잡한 업무의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AI는 인간이 쓰기 나름인 기술

학력별 AI 활용자의 성과 평가 조사에서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저학력자들에 비해 업무 개선에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은 기존의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단순 반복형 작업에 영향을 주었다면, AI는 고숙련 비정형 직무에서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다른 차원이지만, 독일 흄볼트대학의 최근 연구에서는 5개의 단어를 가지고 인간과 AI가 창의적 콘텐츠를 생성하는 실험에서 AI는 어느 정도 균질한 창의성을 보여준 반면, 인간은 소수가 AI의 창의성을 뛰어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AI보다 낮은 창의성에 도달한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창의성 제고에 AI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AI보다 뛰어난 인간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오히려 본연의 창의성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문헌들이 시사하는 바를 요약해보면, AI도 일정 정도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인간의 역량을 증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로봇에 의한 자동화와는 차별화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즉, AI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고숙련 비정형 업무의 생산성 제고로 연결되기도 하며, 혹은 활용하기에 따라 인간의 역량증강이 오히려 방해받고, 일자리 감소나 경제의 양극화 확대로도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로봇과 같은 시설장비 등은 기술의 도입이 곧 생산성 제고로 이어졌다면, AI는 인간이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혹은 인간과 AI간에 얼마나 창의적 협업을 하는가에 따라 또 다른 차원의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면, AI는 인간이 쓰기 나름인 기술인 것이다.

자, 그럼 우리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생성형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먼저 기존의 혁신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불확실성이다. 기존에는 고객의 수요 파악을 매우 강조했고, 이를 경영전략의 근간으로 삼았다면, AI시대에는 불확실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기업은 온라인쇼핑몰로서 미국 온라인 패션 구독기업인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AI혁명의 또 하나의 사례이다. 기존에는 소비자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중시했고, 이를 소비자 만족도로 측정하여 경영에 반영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소비자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거나, 수요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주문한 제품 이외에 AI가 고객에게 새로운 패션스타일을 역으로 제안한다. 스티치픽스에 주문하면 몇 개의 옷이 더 고객에게 보내진다. 고객이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언제든지 반품할 수 있도록 반품 박스도 같이 보낸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알고리즘은 개인의 선호와 스타일을 학습해 나간다. 80명 이상의 데이터 과학자, 수학, 신경과학, 통계, 물리학 전문가가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제 야외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추천하는 등 상황별 추천도 해준다. 최근의 디지털 전환은 자동화 구현이나 소비자 만족도를 넘어, 상상을 넘는 알고리즘의 최적해로 인간의 선호 해석과 감성의 영역까지 대변하는 경쟁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1) 주 1)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22.08.31.), 자동화를 넘는 인공지능의 활용 전략을 참조

최근 이 기업은 '프리스타일(free style)' 서비스를 도입하여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프로필을 채우면 인공지능이 맞춤형 스타일을 추천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유명 패션 브랜드가 트렌드를 결정하고, 소비자는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스티치픽스는 소비자의 취향이 항상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주문한 제품 외에도 인공지능이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복잡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예시이다.

둘째는 복잡성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일례로 물건을 적재하는 창고라 하면, 유사한 제품끼리 배치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인공지능이 작업자의 최적 동선을 고려하여 '무질서의 질서'를 계산할 수 있다면 인간에 의한 질서적 배치는 AI에게는 오히려 무질서한 배치가 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무질서하게 배치된 상황이 이해되기 어렵지만, 인공지능과 기계에게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아마존의 '랜덤스토(Random Stow)'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입고된 제품을 인공지능이 계산한 무질서에 따라 배치하는데, 이 방식을 통해 기존의 50~70% 공간 활용률에 비해 92~94%의 공간을 활용한다. 이처럼 복잡한 환경에서도 인공지능은 최대치의 효율적 동선을 계산해내는 데 성공하며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는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를 두었던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이런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 환경과 데이터 축적을 위한 인프라, 그리고 개인정보 활용 체계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세 번째, 창조적 협업의 가능성이다. 오토데스크(Autodesk)의 경우, 안전하고 미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오토바이를 디자인하려고 인간 디자이너를 투입하며, 안전에 대해서는 AI를 활용한 결과. 드림캐쳐(Dream Catcher)라는 안전하고도 아름다운 오토바이를 설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새로운 협력은 인간이 더욱 본연의 가치와 중요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복잡성이 증가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이 복잡성을 인간이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주는 데 큰 역할을 해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반도체 설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공정의 미세화가 진행되고 단일 칩에 여러 기능들이 집적되면서 복잡도가 증가했다. 기존에도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프로그램을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Alsemy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 디자이너가 인공지능이 제약조건에 맞춰 설계한 여러 반도체를 확인하면서 더욱 효율적인 설계가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AI와의 현명한 동행으로 역량 증강해야

마지막으로 AI는 기존 문제 해결을 위한 탐색 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일례로, 동원F&B는 인공지능의 활용을 통해 참치의 품질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하고 있다. 참치의 꼬리 부분 절단면의 색상과 무늬를 분석하여 참치의 등급을 A, B, C로 나누며, 원양어선의 참치 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예측하는 작업에도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동원F&B는 전통적인 경로탐색에 대한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더불어 동원F&B는 제품 내부에 섞일 가능성이 있는 참치 뼈나 이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기존 X선 장비에 20만장 이상의 참치 뼈 이미지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탑재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인공지능은 육안이나 X선으로 감지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뼈까지 발견하며, X선 장비만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검출 성능이 6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동원F&B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생성형 AI의 등장이 촉발하는 산업과 사회의 디지털 전환은 우리 경제가 생산성 경쟁의 새로운 국면에 직면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지금의 디지털화된 세상에서는 더 똑똑해(smarter)지지 않는 것들은 도태되어 사라지고 있다. 금융의 경우, 2017년 은행 점포 312개 감소한 이후, 2020년에는 304개, 2021년 136개가 사라졌고, 자율주행과 전기차로 전환되는 자동차 산업에서 기존 내연기관 부품기업 1,669곳 중 30%(약 500곳)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2)
생성형 AI 시대에 우리 일자리도 더 똑똑하게 대응해야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불가역성이라는 말은 기술이 거꾸로 퇴보하지 않는가는 의미인데, 우리가 당면한 숙제는, 이미 다가온 생성형 AI의 흐름을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 사회가 AI와의 현명한 동행으로 역량을 증강(augmentation)해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생산성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인간의 현명한 동행으로 산업과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때, 저생산성의 함정에 빠져있는 우리 경제는 이로써 희망의 내일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주 2)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22.08.31.), 자동화를 넘는 인공지능의 활용 전략을 참조

참고문헌

[1] 한국경제(2022.08.26.) 전기차 전환 못 따라가는 부품社…2030년까지 500곳 사라질 수도
[2]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22.08.31.), 자동화를 넘는 인공지능의 활용 전략
[3] Autor, D.(2014),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Employment Growth”, National Bureau of EconomicResearch, working paper, 20485
[4] Bessen, J.(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Yale University Press
[5] Brynjolfsson, E. and McAfee, A.(2014), “The secondmachine age: Work, progress, and prosperity in a timeof brilliant technologies”, WW Norton & Company
[6] Cowen, T.(2013), “Average Is Over: Powering AmericaBeyond the Age of the Great Stagnation”, New York:Penguin
[7] Frey, C. B. and Osborne, M. A.(2013), “The future ofemplo ymen t: how su s cep tible a re job s tocomputerisation?”, Retrieved September, 7, 2013.
[8] Katz, L. F. and Margo, R. A.(2013), “Technicalchange and the relative demand for skilled labor: Theunited states in historical perspective”, National Bureauof Economic Research, 18752.
[9] Lane, M., M. Williams and S. Broecke(2023), “The Impact of AI on the Workplace: MainFindings from the OECD AI Surveys of Employers and Workers”, https://www.oecd-ilibrary.org/ (2023.6.27).
[10] Smith, A. and Anderson, J.(2014), “AI, Robotics, andthe future of jobs”, Pew Research center
[11] Brynjolfsson, E., Li, D., & Raymond, L. R. (2023). Generative AI at work (No. w3116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12] Webb, M. (2019).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the labor market. Available at SSRN 34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