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정부

민간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 해외 사례와 시사점

글: 함유근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경영정보학 교수

지역균형발전과 이를 위한 민관협력 생태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논의와 정책이 국내외에서 있었다. 이와 더불어 일상 생활과 기업 활동에서의 디지털화에 따라 스마트시티 등 보다 효율적이며 혁신적인 정보화 방안들도 제시되고, 또 실제로 도입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방안들 중에서 특히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통한 민관협력 개방형 혁신 생태계의 해외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생태계형 협력과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통한 민관협력 개방형 혁신 생태계의 해외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생태계형 협력과 디지털 플랫폼의 의미를 정리한다. 작년에 출간 저서에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Venkat Atluri는 생태계 중심 조직은 일반적으로 ‘고객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서 시작하는 반면, 대기업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때로는 관련이 없는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1)
그리고 생태계 지향 조직은 일반적으로 디지털 또는 물리적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해당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른 주체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생태계형 협력은 특정 생태계 내에서 공통 목표를 달성하거나 공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생 방식으로 플랫폼을 활용해 협력하는 다양한 조직, 개인 또는 단체로 구성된다. 선진국 정부는 창의성과 추진력을 가진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을 점점 더 인식하면서 민관협력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Innovate UK 프로그램2)을, 미국 정부는 Challenge.gov3)와 같은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참여자들이 연결되어 개별적인 가치 창출을 뛰어넘는 소위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생태계형 디지털 플랫폼은 지역 주민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때로는 사회, 경제의 전통적인 부문에 걸쳐 함께 모이는 상호 연결된 디지털 비즈니스의 커뮤니티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생태계에 속한 주체들이 자산, 정보/데이터,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가능하며, 그 결과 개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주 1) Atluri, V., & Dietz, M. (2022). The Ecosystem Economy: How to Lead in the New Age of Sectors Without Borders. John Wiley & Sons.
주 2) www.ukri.org/councils/innovate-uk
주 3) www.challenge.gov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민관협력 디지털 플랫폼 해외 사례

디지털 플랫폼은 관련 인프라가 정비되고 거의 모든 국민에게 스마트폰이 보급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접근성, 경제성, 확장성 그리고 사용의 편리성 측면에서 오프라인 플랫폼과는 다른 기능과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일반적인 물리적 플랫폼 대비 적은 자원으로 많은 효용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점차 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민관협력 생태계형 디지털 플랫폼은 중앙정부가 직접 주도하거나 지자체에 의해 구현되기도 한다.
민관협력 생태계가 지역을 위한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지역경제개발 플랫폼이다. 국내에도 많은 유사 사례들이 있지만 이러한 플랫폼은 특정 지역의 기업가 정신과 경제 성장을 장려하기 위한 정보, 인센티브 및 리소스를 제공한다. 영국 런던의 London Datastore(data.london.gov.uk/dataset)는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 세트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는 기업, 개발자 및 시민들이 혁신, 연구 및 비즈니스 개발을 위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민간협업으로 수요에 따라 민간 보유 데이터도 직접 구매해 제공한다. 국내에도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사한 플랫폼이 있지만 자체 보유 공공 데이터 제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역경제개발 이외에 해외에서 시도된 지역균형발전 사업들을 살펴보면 우선 교통 및 도시 이동성 솔루션이 있다. 이러한 협업 디지털 플랫폼은 차량 공유, 대중교통 앱, 주차 솔루션, 교통 관리 시스템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 교통 문제를 해결한다. 주민의 통근을 최적화하고 모빌리티 분야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싱가포르의 Beeline 앱(beeline.co)은 그 한 예이다. 싱가포르의 육상 교통국은 민간 기술 회사와 제휴하여 Beeline 앱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을 통해 통근자는 수요에 따라 버스 노선을 제안하고 구독할 수 있으며, 특정 지역의 요구 사항에 맞게 교통 서비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
지역 의료 및 웰니스 서비스도 디지털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맞춰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예약을 촉진하며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전국적인 의료 시설과 의료진의 부족으로 대도시 지역 이외에서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파키스탄에서 Sehat Kahani(sehatkahani.com)는 원격 의료를 통해 소외된 지역사회를 의사와 연결한다. 이는 정부 및 지역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여 운영된다. 이 플랫폼을 통해 환자는 영상통화를 통해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으며, 농촌 지역에 건강검진 위한 보건캠프도 운영한다. 마찬가지로 인도 정부가 민간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와 협력하여 개발한 Swasthya Slate는 인공위성 통신망을 이용한 휴대용 저비용 원격 의료 장치이다. 농촌 지역의 의료 종사자들이 이 기기를 통해 기본적인 진단을 수행하고 지역주민들과 원격 상담을 할 수 있다. 지역의 스마트 유틸리티 및 에너지 관리도 디지털 플랫폼으로 구현되고 있다.

물, 전기, 폐기물과 같은 유틸리티 관리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이 민관의 지역협력을 통해 자원 사용을 최적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향상할 수 있다. 이 때 기업은 에너지 효율성과 관련된 IoT 장치, 분석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ASC(Amsterdam Smart City: amsterdamsmartcity.com)는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협업하고, 상호 작용하고,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로 사업별로 디지털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학교,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 생태계의 목표는 암스테르담을 보다 지속 가능하고 살기 좋으며 혁신적인 도시 환경으로 만드는 것으로 스마트 모빌리티와 디지털화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무선 센서를 활용한 플랫폼은 암스테르담 운하의 수위와 수질을 모니터링하여 홍수와 오염을 방지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효율적인 물 관리가 가능해 기후 변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문화 보존 및 관광 진흥 산업, 현지 인력을 위한 교육 및 기술 개발이나 안전 및 응급 서비스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들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사례는 디지털 플랫폼의 지역 민관협력이 지역의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여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키는 데에 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공공서비스 제공 수단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 내에서 스타트업들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고 확보 중요

위와 같은 해외 사례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민관협력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공 요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아무래도 시작은 자금문제의 해결이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명확한 비전과 지역 니즈 분석에 따른 지역 커뮤니티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명분이 확실한 교통이나 교육, 헬스케어, 안전 등 지역의 일상적이고 절실하며 다른 특별한 대안이 부족한 니즈를 단순히 공익성만이 아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럴 경우 지역의 주민, 지자체, 교육/연구기관의 관심과 관련된 민간 기업/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면 충성도가 높아지고 사용자 생성 콘텐츠(데이터)가 실현되어 참여가 장려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더 많은 사용자가 참여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도 달성할 수 있다. 생태계를 조율하는 데에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크고 다양한 콘텐츠의 생성 및 데이터 세트를 수집하고 통합하여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실행 가능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도구와 기능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기에 강력한 거버넌스 및 규정이 있어야 한다. 이는 생태계 내에서 보안, 개인정보보호 및 공정한 관행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투명성과 규정 준수는 사용자와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구축한다. 또한 기능적으로는 사용자, 즉 지역 주민 중심의 디자인으로 사용자 경험을 우선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워야 하며 대상 주민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더욱이 플랫폼은 변화하는 수요에 적응하고 사용자 기반이 성장함에 따라 효율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강력한 인프라, 민첩한 개발 방식, 확장 가능한 아키텍처가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최근 여러 소스의 데이터 공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개방형 API 및 상호 운용성이 강조된다.

민관협력의 개방형 생태계 디지털 플랫폼이 효과적인 대안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지역대학을 지역혁신의 중심(허브)으로 조성하는 목표를 가지고 지자체,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및 지역혁신 플랫폼 구축 사업이 시도되고 있다.4) 그러나 이는 지역균형 발전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민관협력 생태계 중심으로의 해결하기보다는 지역 인력 취업에 중점을 두고 정부가 주도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해외 사례들은 지역균형 발전이 일자리나 경제적인 발전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초점을 맞출 경우 민관이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플랫폼이 도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적 대도시인 서울과 달리 지방은 여러 면에서 서울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수준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지방의 취약성은 지자체나 한두 곳의 정부기관 역할로는 극복될 수 없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많은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혁신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 다양한 부문과 분야에서 법 제도적인 정비(예를 들어 원격 진료)와 비즈니스적인 이해가 반영된 민관협력의 개방형 생태계 디지털 플랫폼이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해외 사례들은 시사하고 있다. 주 4) https://www.nrf.re.kr/biz/info/info/view?menu_no=378&biz_no=456